<인문학 꼴레지오 1강. 두여자와 두냥이의 귀촌일기2>
자료가 길어서인지 한번에 올라가지 않아 귀촌일기2로 연결합니다.
Q. 너무 행복해 보이는 이유는?
A.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다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면 행복할 수가 없다. 한가지가 행복하면 나머지 어려움은 웃으면서 극복할수 있어야 행복할수 있다. 우리 부모님 기대도 있었을것. 불효하는것 같지만 예전보다 덜 불효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화를 내셔도 그것을 다 받아줄수 있다. 예전에는 엄마를 보면 짜증이 나고 화를 냈다. 이제는 미안하기도 하고 웃으면서 농담으로 받아주니 엄마도 어느날부터 웃더라..
Q. 농사짓는 육체노동이 힘들지는 않은지?
A. 힘들다고 생각하는 적도 많지만 재미있다고 느낀다. 시골출신들이 귀농을 더 두려워한다. 시골총각을 도시 친구랑 결혼시켰는데...남편은 농사를 안짓고 싶어한다. 저는 남들이 힘들여 돈 버는 시간에 놀 생각을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를 아는것이 중요하다. 나는 이정도를 하는것이 맞다. 이정도는 해야해...이것이 사람마다 다 다르다. 다른사람이 저만큼 한다고해서 나도 그렇게 할수 있는것이 아니다. 저는 뭘 하는것보다 안하는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보기에 게으른 사람일수 있다. 아무리 옳고 좋아보여도 내 형편에는 맞지 않다면...내가 행복하게 살아야 이 세상 사람에게 행복을 줄수 있다. 좀 이기적이 될 필요가 있다. 불행한 사람은 아무도 행복하게 할 수 없다.
Q. 집에 가전제품 뭐가 있나요?
A. 엄마가 억지로 사준 전기밥솥...먼지가 쌓여있다. 컴퓨터 있다. 냉장고, 남편이 세탁기 들고와서 투쟁중...일단 tv볼 시간이 없다.
Q. 특이하신데 이렇게 독특한 삶을 살게 된 계기가 있는지?
A. 사람은 세세히 알고보면 다 특이하다. 부산에 우다다학교가 있다는데 우리는 다 다르다는 의미. 다 다르지만 인간은 평등하다. 저도 그런 사람중의 한 명이라고 생각한다. 또 비슷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책을 읽어 하루아침에 바뀐게 아니고...기본 금붕어 틀이 있고 비둘기 틀이 있다면...비둘기 틀에서 구워진 빵도 다 다르지만 금붕어 틀에서 나온 빵보다는 공통점이 많을것. 알러지가 있다고 저처럼 생각하는것은 아닐터. 저는 그렇게 특이하지 않아요.
Q. 시골 이웃분들이 곱지않은 시선도 있을수 있을텐데 생각의 차이라든지 바라보는 시선들을 어떻게 느끼고 극복하셨는지?
A. 충돌과 차이는 당연히 있다. 근데 그 충돌과 차이를 보고 느낀다. 화합하는 마음이 있으면 된다. 그리고 착하면 된다. 볼라벤이 왔을때 수수가 다 쓰러졌다. 그때 밑의 마을의 젊은 귀농부부가 고추 따는게 급하다고 도와달라 했을때...잠깐 갈등했다. 도움이 필요한 순간 도움을 주면 가까워질수 있다. 그런데도 나를 계속 배척한다면 그건 그 사람의 문제다. 그리고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과도하게 남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Q. 생협 강의는 어떻게 하게 되었는지?
A. 돌아다니는 거 싫어해서 강의 요청을 거절했었다. 친구가 생협 활동가라 수락했다...많이 떨린다.
Q. 시간이 되면 조합원들이 방문해도 되는지?
A. 제가 편안하게 느끼시는 분이라면 가능...
그리고는 가장 좋아하는 시를 직접 읽어주셨네요.
귀농 / 백석
백구둔의 눈 녹이는 밭 가운데 땅 풀리는 밭 가운데
촌부자 노왕하고 같이 서서
밭최뚝에 즘부러진 땅버들의 버들개지 피여나는 데서
볕은 장글장글 따사롭고 바람은 솔솔 보드라운데
나는 땅님자 노왕한테 석상디기 밭을 얻는다
노왕은 집에 말과 나귀며 오리에 닭도 우울거리고
고방엔 그득히 감자에 콩곡석도 들여 쌓이고
노왕은 채매도 힘이 들고 하루종일 백령조 소리나 들으려고
밭을 오늘 나한테 주는 것이고
나는 이젠 귀치않은 측량도 문서도 싫증이 나고
낮에는 마음 놓고 낮잠도 한잠 자고 싶어서
아전 노릇을 그만두고 밭을 노왕한테 얻는 것이다
날은 챙챙 좋기도 좋은데
눈도 녹으며 술렁거리고 버들도 잎 트며 수선거리고
저 한쪽 마을에는 마돝에 닭 개 즘생도 들떠들고
또 아이 어른 행길에 뜨락에 사람도 웅성웅성 흥성거려
나는 가슴이 이 무슨 흥에 벅차오며
이 봄에는 이 밭에 감자 강낸이 수박에 오이며 당콩에 마눌과 파도 심그리라 생각한다
수박이 열면 수박을 먹으며 팔며
감자가 앉으면 감자를 먹으며 팔며
까막까치나 두더쥐 돝벌기가 와서 먹으면 먹는 대로 두어두고
아, 노왕, 나는 이렇게 생각하노라
나는 노왕을 보고 웃어 말한다
이리하여 노왕은 밭을 주어 마음이 한가하고
나는 밭을 얻어 마음이 편안하고
디퍽디퍽 눈을 밟으며 터벅터벅 흙도 덮으며
사물사물 햇볕은 목덜미에 간지로워서
노왕은 팔짱을 끼고 이랑을 걸어
나는 뒤짐을 지고 고랑을 걸어
밭을 나와 밭뚝을 돌아 도랑을 건너 행길을 돌아
지붕에 바람벽에 울바주에 볕살 쇠리쇠리한 마을을 가르치며
노왕은 나귀를 타고 앞에 가고
나는 노새를 타고 뒤에 따르고
마을 끝 충왕묘에 충왕을 찾어뵈려 가는 길이다
토신묘에 토신도 찾어뵈려 가는 길이다